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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층 사인회 현장을 빠져나가는 기성용선수]

 

2012년 8월 21일 광주시청

역시나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다 사인을 받을 수는 없었다. 원래 환영회는 3층, 사인회는 식전행사로 1층에서 하기로 되어있었는데 9시 50분쯤 상황은 사인회도 안한 상태로 3층과 1층에 사람들이 나눠져 있었다.
3층으로 올라가는 것 통제하기 직전에, 확성기 들고있던 진행요원이 3층에 먼저온 사람들이 번호표 밭고 대기중이라고 말하면서 지금 올라가도 사인받을지 안받을지 모르지만 올라가라고 말했는데도 1층에서 기다리던 사람들은 기다렸던 시간이 아까웠는지, 아니면 올라가면 자리를 뺏긴다는 생각이었는지 그대로 계속 있었다. 난 일단 선수들 보는게 먼저일 것 같아서 올라갔는데 그때 안올라갔으면 아무것도 못보고 오후 1시까지 더운 1층 로비에서 기다려야 됬었다.....결국 1층로비는 사인도 못받았다.
 3층에 올라가보니 거기도 1층만큼 사람들로 꽉차있었다. 3층 식장안으로 들어가는 문이 여러개였는데 문 지키는 행사요원들이 이문은 꽉찼다고 앞문에서는 뒤로들어가라하고 뒷문에서는 앞으로들어가라고 하는 상황이었다. 앞문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이 있어서 따라들어갔더니 앉을자리는 없고 서있어야 했다.
 사회자가 오자마자 사인장소가 3층으로 바뀌게 됬다고 공지를 했다. 선수들과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서라고 했다. 3층에 올라와 있는 사람들은 선착순으로 1번부터 400번까지 번호표를 받았다고 했다. 이 사람들이 먼저 사인을 받고 번호표 없는 사람들이 사인을 받는다고 사회자가 말했다. 원래는 10시에 시작이었는데 문앞에 사람들 뒤로보내고 하다보니 늦어져서 10시30분쯤에 시작했다. 그런데 선수들이 들어올때 다시 다 앞으로 몰려나왔다. 다들 카메라들고 앞쪽으로 몰려나왔는데 서로 달려드니까 정말 사고날것같았다. kbs, mbc마크찍힌 기자들도 있고 교복입은 학생들도 있었다.
 선수들 입장 후 단상 앞에 앉아 있을 때부터 단상위에서 사진찍을때 다시 내려와서 찍을때까지 계속 찍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서로 부딪치고 미는 상황에서 좋은 사진이 나올것 같지는 않았다. 단상쪽으로 함부로 나오지 못하게 하고, 사진찍을 수 있는 사람을 좀더 한정하는 것이 좋을것 같았다.
 성악, 전통공연, 포토타임까지 끝나고 선수들이 식장 밖으로 나갔다. 식장 바로 바깥 복도에서 사인회를 한다는데 선수를 따라서 몰려나가는 사람도 있고 사회자가 시키는대로 그대로 앉아있는 사람도 있었다.
 처음에 난 그대로 앉아있었는데 사회자한테 물어보니 일단 번호표 받은 400명한테 사인을 해주는데 번호표 없는 사람들은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했다. 안에 계속 앉아있으니 100번까지 나오라고 한 다음 10명 단위로 불러내기 시작했다. 130번까지 나가고 나서부터 감감 무소식이길래 밖으로 나갔는데, 사인 대기줄이 붕괴 직전이었다. 줄을 세우고 새치기못하게 통제해야햐는 경찰이 선수들을 네모로 보호하고 있었는데 경찰의 보호막이 끝나는 부분에서 번호표에 상관없이 서로 그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고 있었다. 점점 보호막이 풀리는 형세였다.
 자원봉사자들과 진행요원들이 나이드신분들이었는데 그분들이 제지하고 있길래 다시 식장 안으로 들어갔는데 낌새가 좋지않아 나와봤더니 경찰보호막이 아예 사라진 상태였다. 이젠 줄이 아니라 공모양처럼 선수들을 둘러싸고 1개 1개 생성되는 사인을 쟁취해가는 상황이었다.
 줄이 없어진 이상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나도 끼어들어 앞으로 파고들었다. 누가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이고 파고들다 보니 기보배선수 책상에 도달했다. 사람들이 하도 많이 몰리자 진행자가 와서 기보배 선수에게 사인을 간단하게 작게좀 하라고 말했지만 기보배선수의 사인크기나 이름까지 쓰는 것은 그대로였다. 다행이었다. 대충휘갈긴 사인을 누가 갖고 싶겠는가. 사인을 받자마자 들고 빠져나와 가방에 넣었다. 그때 기성용선수가 일어나 나가는것이 보였다.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면서 기성용 선수를 쫒아갔고 기성용선수는 경찰이 뒤를 막는 사이 거의 도망가다시피 1층으로 나갔다. 그때 1층을 보니 완전 난리통이었다. 기성용선수가 1층으로 가자마자 나가는 것이 보였다. 사인을 몇개 할 틈도 없을만한 시간이었다... 결국 1층에서 기다렸던 사람들은 아무것도 얻지 못한 것이다.
 기보배선수와 양학선 선수들이 있던곳으로 가보니 아직 사인이 진행중이었다. 양학선 선수도 받고싶어서 다시 파고들었지만 겨우 가까이 가니 진행요원이 양학선 선수가 스케줄이 있어 나가야한다고 말했다. 양학선 선수도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양학선 선수가 나가야한다는 말을 듣자 근처에 있던 사람들이 더욱 흥분하여 '한장만요'를 외치며 더 밀고 들어왔다 그러나 양학선선수가 한장을 할 틈조차 주지 않고 책상을 밀고 들어오다 누군가가 양학선선수 책상에 있던 물을 건드려 종이더미 위에 쏟았다. 양학선 선수는 진행요원을 따라 나갔고 어느새 기보배선수도 나갔다. 나는 기보배선수 친필사인이라도 받은것을 정말 다행으로 생각해야 했다.
 사인을 밭기 위해 엄청 빨리 와서 3층에서 기다렸던 사람들 중 130번 이후 사람들은 결국 사인을 못받았다. 사회자가 물어보는걸 들으니 248번을 받은 사람이 8시에 와서 기다렸다고 한다. 이전 번호들은 더 빨리 왔을게 당연하고, 게다가 사회자 말대로 안에서 기다렸는데 못받은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결국 빈손으로 돌아간다.
 1층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 사람들 중에는 3층 식장에서 환영식을 하는 것보다 사인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원래 사인회 장소였던 1층에서 기다렸던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3층으로 올라가는 것을 통제하고 갑작스럽게 사인회장소가 3층으로 바뀌었다고 하면 억울하지 않겠는가? 선수들이 빠져나간 후 1층에서 있었던 전쟁같은 사건들은 어떻게 보면 필연적이었다.
 최소한3시간 길게는 4시간까지 기다렸던 사람들은 거의 난동 직전이었다. 이것을 잠재우기 위해 시청에서 기성용 사인 복사본을 가지고 나왔는데 자세히 보면 대충 휘갈긴거라 이름도 적혀있지 않고 너무 복사본이라는게 확 티나는 사인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누가 관찰하랴. 나도 그게 처음에 기성용이 미리 한무더기 사인해놓고 간것인줄 알았다. 그것을 안내데스크에서 나눠주기 시작하자마자 안내데스크는 사인내놓으라고 소리치고 밀려드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완전 함락직전이었다. 여직원들은 뒤로 몸을빼서 최대한 벽에 밀착하고 사람들은 손을 뻗어서 사인을 쟁탈하려고 하고있었다. 나이드신 남자 직원이 인파를 뚫고 안내데스크로 들어와서 와서 사인을 공중을 향해 뿌리기 시작했다.
 3일 물 안마신 인파에 물한병을 던져준다면? 1주일정도 굶은 맹수들에게 먹이하나를 던져준다면? 황산에 물을 떨어뜨리면?
 폭발한다.
 사람들 사이로 떨어지는 종이들은 누군가의 손에 잡히자마자 다른 손에 의해 조각되거나 구겨졌다.
 다른쪽에서는 복사한 사인뭉치를 들고다니는 직원이 사람들에게 쫒기고 있었다. '나와봐!' '나와봐!'를 외치던 그 나이드신 남자 직원의 손에 있던 사인뭉치는 뒤따라오던 인파들이 잡고 당긴 듯 이미 구겨질대로 구겨져 있었다. 결국 그 아저씨는 인파에 밀려 LCD병풍 앞으로 쓰러졌고 앞에 있던 보호대도 넘어뜨렸다. 조금만 더 병풍쪽으로 쓰러졌다면 아예  그 전자병풍까지도 넘어뜨릴만한 위험한 상황이었다. 어쨌든 쓰러진 아저씨는 일어서서 인파를 향해 주먹질할 것처럼 주먹을 들어 뒤로 빼며 일어섰지만 더이상 사람들은 그를 의식하지 않았다. 그 아저씨 손에는 구겨지고 찢어져버린 몇장의 종이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또다른 아저씨 직원은 아예 달려다니고 있었다. 쫒아다니는 사람들 역시 달리고 있었고 그 아저씨는 요리조리 방향까지 바꾸며 종이를 한장한장 뿌렸고 사람들의 주의를 돌리려고 했다. 하지만 종이 몇장을 뿌린하고 해서 될 일이 아니었다. 아직 받지 못한 사람들이 훨씬 많았다. 사람들은 집요하게 쫒아왔고 결국 그 아저씨는 시청 건물 밖까지 달려나가서 손에 한장도 남지 않을때까지 뿌렸다. 시청이란 곳에서 사인회때문에 이런 일도 일어나는게 그저 신기할 뿐이었다.
 어찌보면 복사본인데다 구겨져서 가치도 없는 종이 한장을 얻기 위하여 이렇게도 몰리나 싶었다. 복사본인 것을 알고도 그렇게 했을까.
 사람들이 거의 없는 구석에서는 한줄로 서서 복사본을 가져가고 있었다. 그쪽 근방에 있던 사람수보다 훨씬 많이 복사되어 뭉텅이로 있었다.
 나도 줄을 서서 받았지만 복사본이고 내가 한장 가져갈 때 밑에 쌓여있던 수많은 동일한 복사본을 보니, 보존해야겠다는 생각이 별로 들지 않았다..
광주 시청에서 주관하고 진행된 사인회. 정말 미흡하고 준비가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특히 인파를 통제하는것을 너무나도 못했다. 사람들에게 성숙한 시민의식을 기대하기는 힘들었다. 학교조차 빼먹고 온 사정 급한 어린 학생들이 많았고 떼로 몰려다니며 사진을 찍어대는 기자들도 질서없긴 마찬가지였다. 또한 사인대의 자리배치도 전혀 효율성을 고려하지 않은 배치였다. 사인회 직전 사회자는 방문선수 4명 중 1명의 사인만을 받아달라고 사람들에게 부탁했다. 방문선수 4명 중 1명만 사인을 받게 하려면 선수들은 떨어져 있는 상태에서 팬들은 1렬로 정렬후 사인밭고싶은 사람쪽으로 줄을 서게 만들고 바로 빠져나가는 형식이어야 했다. 하지만 선수들은 모두 붙어있었고 초반에 번호표를 받은 사람들은 역시나 세로로 일렬로 앉아있는 선수들의 사인을 모두 받았다. 그 사람들도 사인을 받아야 할 이유가 있었고 이번 말고는 다른 기회가 없었을 것은 거의 확실하기 때문에 그런 행동이 이해가 간다. 어찌보면 1렬로 지나갈 때 받을 생각이 크게 없는데도 주는 상황이었을지도 모른다. 도덕성에만 의존하고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은 질서는 오래 갈 수가 없다. 시민의식이 아무리 성숙한다고 해도 수많은 사람들 중 한명은 오직 권장 사항일 뿐인 도덕성에 의존하고 있는 질서를 깨버리기 마련이며 그 여파는 순식간에 증폭된다. 통제에 철저하지 못했다. 그리고 변덕스러웠다. 새치기를 아무리 집요하게 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보다 더 집요하고 강력하게 제제해 버리면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도덕적으로 문제도 없을 뿐더러 그것이 정의이고 법칙이다. 그렇게 되어야 한다. 가장 좋은 형태는 도덕성과 시민의식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조차 완벽한 통제를 이루어 내는 것이지만 그 형태는 분명 비효율적이고 강압적인 분위기일 것이다. 그런 분위기가 아니어도 자발적이고 스스로 질서를 지키는것이 바로 도덕성이고 시민의식일 것이다. 이번 일은 광주의 시민의식 부족과 시청의 준비 미흡으로 발생된 일이다. 어느 한쪽만 잘못이라고 확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시청에서도 이렇게 사람이 많이 오고 이런 분위기가 연출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상황파악이 된 이후에는 좀더 강압적이었어도 나쁘지 않았을 것 같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선착순으로 정확하게 통제하고 끊고 맺음이 확실하고 철저했으면 좀더 좋은 상황으로 이어지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어떤 방법이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할수 있을지로 본다면 느슨한 통제와 자리가 없더라도 서서까지 보게 해주는 방식일 것이다. 그것은 이 범시민 환영회의 뜻과 통하기도 한다. 질서있고 높은 수준의 안전을 택한다면 철저하고 강력한 통제일 것이다. 유료입장도 아니었고 취지로 본다면 많은 사람이 참여할수록 좋다. 준비를 철저하게 하여 통제와 참여의 장점을 모두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치밀하게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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